이 모자 선물한게 2008년 2월 20일이었으니까, 벌써 1년 전 이야기. 오빤 나보다 수천배로 돈을 버는 사람이니까 내가 선물같은 거 안 사줘도 그만이지만, 그래도 순정을 바치는 순이의 마음은 또 그렇지가 않아서 좋은 게임기나 좋은 축구화, 좋은 옷을 보면 그 때마다 오빠생각이 난다. '이 옷, 오빠 입혀놓으면 예쁘겠네?', '이 게임기 딱 오빠 스타일인데?' 하고.
집 나와 혼자 꾸리는 타지 생활이 여간 힘든 게 아니어서 내 겨울옷 한 벌 사는 것도 손을 벌벌 떨었었는데, 어째 오빠 선물 사는 돈은 아깝지가 않던지. 그 2월에 서울 생활을 접고 다시 집으로 귀향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제 오빠를 한참이나 볼 수 없을테니 오빠에게 뭔가 사랑의 징표같은 거라도 남겨놓고 가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극 같은데에서 노리개 깨어서 나눠 가지듯이. 그래서 사기로 결정한 것이 모자. 이 모자 하나 고르느라 코엑스랑 백화점을 이틀동안 뒤졌더랬다. 다른 건 별로 안 땡기고 꼭 모자를 사주고싶긴 한데, 우리 조각미남님이 또 사주는 족족 입어주고 써주고 하는 성격은 아니셔서 섣불리 고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내가 옷 같은 거 고르는 안목이 발에 달린 사람이라서 더 고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쉬이 결정을 못하고 방황하다가 찾은 엠엘비에서 발견한 이 모자. 너무 돌아다니느라 지쳐있기도 했고, 점원의 '이거 이번 봄 겨냥한 신상품인데, 반응이 좋아요. 다 나가고 하나 남았어요.' 라는 꿀 바른 말에 혹해서 엠엘비에 들어간지 3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이 모자로 선택하고 카드를 찍. 봄을 맞이하여 노란색 편지지에 편지도 썼었는데, 정작 선물 전하러 가서는 너무 긴장해서 바보같이 아버님께 선물쇼핑백만 드리고 오는 바람에 집에 돌아와서 실수를 자책하며 '이 바보!' 하면서 머리를 쥐어박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편지는 전달하지 않은 편이 나은 것 같다. 그 편지 내용은 지금 생각해도 손발이 오그라들어..
아버님께 선물을 전달하고, 샤퐈 언니들과 헤어져 혼자 집에 돌아오던 3호선 안에서는 괜히 눈물이 났다. 선물도 전달했겠다, 이제 이대로 집에 내려가고 나면 오빠랑은 한참이나 못 만날거라고 생각을 하니까 정말 온 몸이 다 떨리게 슬퍼졌었다. 준수 챙겨줘서 고맙다는 아버님 문자가 뜬 핸드폰을 두 손에 꼭 쥐고 어깨를 들썩이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울었었는데, 그 8개월 후에 싸인회 가서 오빠 보고, 또 그 4개월 후에 콘서트 가서 오빠 보고오니까 그 날의 기억이 참 새삼스럽다.
나에게는 유난히 추웠던 2007년 겨울. 이 선물을 고르고, 값을 치르고, 품에 안고 가서 아버님을 통해 전달하기까지의 시간 만큼은 정말 따수운 가슴이었다. 비록 오빤 쓴 적 없고 준호가 가끔 쓰고 다니는걸로 알고 있지만, 준호랑 준수는 서로 분신같은 사이랬니까 (.....) 난 괜찮다 ;ㅗ; 죽기 전에 한 번은 써주겠지. 아님, 한 번 쯤은 써줬으려나? 궁시렁궁시렁.